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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짬짬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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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글을 쓰는 것이 두렵다. 차마 시작할 수가 없다. 끝맺음을 할 자신이 없다. 생각이 많아서일까. 아무 생각도 없어서일까. 글쓰는 것으로 나를 찾고 나를 확인해왔다. 나를 확인하는 것이 두려운걸까. 너무 못나져버린 자신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꾸깃꾸깃해져버린 내 자아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2학기 마지막 2학기 마지막 주다. 1년을 다녔는데, 제대로 정리를 하고 공부를 한 흔적이 없다. 나 참 공부 안 했구나, 란 생각이 밀려왔다. 따라가기에 바빴지. 차분하게 생각하고 정리하고 공부할 여력이 없었다. (는 건 물론 핑계겠지)한국에 다녀와서 조별 과제에 치여 떠밀려 떠밀려 온 느낌이다. 그래도 첫 학기엔 떠밀려 가다가 튕겨났는데, 이번 학기엔 튕겨나가진 않았다. 꾸역꾸역 따라가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말이 많고 토론이 많은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페북 채팅에 구글독스 채팅에 이어 스카이프 채팅까지..... 대화 읽다가 눈 빠진다. 석사 과정이라서 그런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고 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이론적 기반이 전혀 없는 나는 바로 응용과 실습 위주의 마..
나의 독일 유학생활 학기별 정리 및 예상 1학기: 따라가려다가 포기2학기: 겨우 따라감3학기: 이제 뭐 좀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4학기: 졸업 2학기를 마치며 든 생각이다. 적응 좀 할라니까 졸업이네...라고 말하지만 사실 졸업이 젤 어렵다. :)독일어로 논문 100장 써야하는데, 나 졸업할 수 있을까.
핑계거리 핑계거리자기위안그래서 이 하루를 견딜 수 있으면괜찮다하루 동안의 나태와 그 하루가 이어지는 동안시간은 흐르고나는 그대로 서서핑계거리를 찾고나를 합리화하고괜찮다이렇게 그냥 하루를 또 보내도 괜찮다치열하게 살지 못해도 괜찮다하루쯤은, 이틀쯤은, 일주일쯤은괜찮을거야.
한국 가기 3주전 열심히 블로그를 하겠다는 다짐은 또 다짐으로 끝나고 말았다.일기라도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귀찮다.그동안 발표 두개 한다고 혼자 똥줄 빠지게 뛰어다녔는데, 발표 끝나자마다 늘어져서 일주일을 그냥 날려버렸다. 아니 따뜻한 햇살 아래 휴식을 취했다고 치자.라이프치히에 이사온 게 작년 9월. 스산한 가을 날씨에 우중충한 거리 모습. 그 날씨 속에서 첫 겨울학기가 참 아프게 지나갔다.여름학기, 퇴보한 독일어로 수업을 듣고 있자니 스트레스는 더하지만 우거진 나무와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5월 라이프치히 대학 면접을 보러 처음 왔을때 느꼈던 그 모습, 그 기분이다. '아 여기 정말 좋다.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 두번째 학기가 되니 내가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이 오는 것 ..
그 분이 오신 날 독일에 와서, 혹은 서른이 된 이후로 심해진 것이 생리 전 우울증이다. 어느 날은 정말 그냥 생각하는 '죽고싶다'가 아니라, 뇌를 치는 자살 충동이 느껴졌다. 생리 전에 오는 우울증상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우울함이 들이닥칠 때면 또 그 분이 오나보다라고 생각하고넘기곤 했는데 이곳에 와서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 생각을 뛰어넘어, 인지를 뛰어넘는 충동을 느꼈다. 이 쯤되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피임약을 먹을까 생각도 해보고, 생리전 우울증에 좋다는 독일 약도 뒤져보고 하다가결국은 그냥 초콜렛 한 무더기로 넘긴다. 하루 이틀만 넘기면 안정이 되니까. 이 날의 장점은 한 가지 있다.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할 수 있다. 그래 오늘 하루는 괜찮아 하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
세월호 1년 세월호 1년지겹지 않다. 남의 고통과 남의 눈물을 매일 보고 있기가 힘들고 불편해 도망치고 싶을 뿐.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아주 정교하고 교묘하게 꾸며진 사회 질서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지배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이미 충분한 민주주의와 자유, 충분히 정의로운 사회를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매일매일 쏟아지는 소비 거리에 정신이 팔려 스스로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건 아닐까. 세월호를 전후로, 정치자금으로 시끄러운 이 와중에도 늘 한결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수첩을 읽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견디고 있는 우리 나라와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다. 아무렇지 않게 그저 댓글로 욕지거리를 뱉어내고, 으이구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마는, 그래서 저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
개강 다시는 듣지 않으리라했던 방법론 모듈. 수강신청 망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듣게됨. (수강신청 대란은 한국에만 있는거 아니었던가!)이번에는 통계식을 풀어라고 한다. 한국 교육과정의 철저한 희생자인 나는 수포자이기 전에 수학바보다.4칙 연산만 겨우하는 내게 뭐라고. 통계식을 풀어라고. 그건 말이 안 된다. 아하하하...나의 2학기도 암울하다. 웃긴건 옆에 있던 독일애도 오마이갓, 클라쎄하며 당황하고 있었다는거. 보통 아시아 학생들은 말은 못해도 수학은 잘해서 주목을 받는다던데. 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님. 그래도 방법론 모듈을 듣는 친구들은 다 친절하고 먼저 챙겨주는 편이라 마음이 좀 좋다.마치고 우르르 잔디밭에 널부러져 커피를 마시며'아 난 독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하는 낭만에 빠짐. 물론 듣기평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