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지겹지 않다.
남의 고통과 남의 눈물을 매일 보고 있기가 힘들고 불편해 도망치고 싶을 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아주 정교하고 교묘하게 꾸며진 사회 질서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지배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이미 충분한 민주주의와 자유, 충분히 정의로운 사회를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매일매일 쏟아지는 소비 거리에 정신이 팔려 스스로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건 아닐까. 세월호를 전후로, 정치자금으로 시끄러운 이 와중에도 늘 한결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수첩을 읽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견디고 있는 우리 나라와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다. 아무렇지 않게 그저 댓글로 욕지거리를 뱉어내고, 으이구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마는, 그래서 저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누릴 것을 누리면서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수시로 우리나라를 탈출하는 그를 보면서 저 '대통령'이란 명함을 가진 것은 정말 무엇인가 생각한다. 오늘도 나라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는 저 기가막힌 모습.
우리 모두가 들고 일어나고, 스스로 물러나던가 탄핵을 해야할 대상인 것 같은데. 저 기득권의 낙숫물을 먹고 사는 중간 지배계급 인간들은 눈과 입을 다물고,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은 그저 나에게 피해가 오지만을 않기를 바라면서, 이웃의 아픔과 부조리에 눈을 감으며, 눈을 감아야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피해자가 되지를 않기만을 바라며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돈을 쓰면서 산다. 나라가 너무 조용하다. 여론을 주도하고 문제제기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길래, 혹은 어떤 두려움이 있길래 이렇게 나라가 조용할까. 대통령의 저런 모습을 참고 보고 있는걸까. 너무 정교하게 만들어진 의식과 행동을 제약하는 시스템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건 아닐까.
한 때 같은 꿈을 꿨던 친구들은 회사에서 하루하루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가끔 예전에 가졌던 꿈에 대해서 조금의 미련이 있지만 술을 한 잔 하며, 술을 한 잔 사며, 돈을 모아 여행을 하면서 그 미련을 잊는다. 그리고 다시 돈을 번다. 같은 꿈을 꿨던 친구들이 조금만 더 꿈을 부여잡고 있었다면은, 그렇게 한 사람이라도 더 좀 더 손해보긴 하지만 돈을 좀 덜 벌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힘을 쓴다면 더 나을텐데. 친구에겐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못한다. 친구의 가치관과 삶을 존중하니까. 너의 선택을 존중하니까. 아쉬운 마음은 나 혼자꿀꺽한다. 나도 다시 선택에 기로에 서면, 어떤 길을 갈까.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야 그걸 붙잡고 가는데, 내 나라 내 사회에 희망이 있는지. 저 견고한 벽과 괴물들이 사라질 수 있을지. 그래서 '여기 남을까'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늘 자리를 잡고 있다.
나부터 입만 나불대는 인간이기에, 행동하기 망설이고, 혼자 나서기 망설이고 누군가가 하면 따라는 해야지하는 인간이기에 이런 글을 남기는 것조차 부끄럽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나 혼자 말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저 견고한 괴물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