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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짬짬이/기록

그 분이 오신 날



독일에 와서, 혹은 서른이 된 이후로 심해진 것이 생리 전 우울증이다. 

어느 날은 정말 그냥 생각하는 '죽고싶다'가 아니라, 뇌를 치는 자살 충동이 느껴졌다. 

생리 전에 오는 우울증상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우울함이 들이닥칠 때면 또 그 분이 오나보다라고 생각하고

넘기곤 했는데 이곳에 와서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 생각을 뛰어넘어, 인지를 뛰어넘는 충동을 느꼈다. 이 쯤되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피임약을 먹을까 생각도 해보고, 생리전 우울증에 좋다는 독일 약도 뒤져보고 하다가

결국은 그냥 초콜렛 한 무더기로 넘긴다. 하루 이틀만 넘기면 안정이 되니까. 

이 날의 장점은 한 가지 있다.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할 수 있다. 그래 오늘 하루는 괜찮아 하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우울해하는 것이다. 

평소엔 비싸서 안 사먹는 초콜렛도 비싼걸로다가 지른다. (겨우 초콜렛 사는 걸로 흑흑흑)

이날은 나의 자존감 상실과 우울함, 불안감, 원망, 포기하고 싶은 마음, 지침 등등

평소엔 옆으로 밀어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유난히 지치고 지치는 날이다.


그런데 그건 항상 그 분이 오시기 전이었는데(!)

왜 이번에는 가시고 난 뒤에도 감정의 찌꺼기가 남은 듯 

마음이 말끔해지지가 않는다. 

편히 살고 싶은 마음, 지친 마음이 커지고 커져 자꾸 나를 옭아맨다. 

정말 늙었나보다. 살기가 넘 힘들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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