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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독일 워킹

독일 워홀 / 한 겨울의 상수시 궁전, 독일 문화재 보호

 

 

포츠담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수시 공원.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는'이란 뜻의 상수시(Sans, souci). 너무 멋진 이름이지 않는가!

겨울에 찾아간 상수시 공원은 그러나, 얼마나 근심이 많아 보였는지 모른다.  


 


11월 중순에 찾아간 스산한 상수시 궁전. 창문처럼 열고 닫을 수 있게 꾸며논 정원이 독특했다.

그런데, 저 나무 상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공원 곳곳 대부분의 조각상들이 저렇게 나무집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즐기기에 매우 방해되는 저 회색빛 상자. 공원의 풍경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궁금하다. 너의 온전한 모습.


비수기라 사람 많이 없다고 이래도 되는 것이냐.

근심 없다더니.. 근심이 뚝뚝 묻어나는 저 '못난' 모습

 

보고 즐길 것이라고는 숲과 조류들

 

식물은 온전하다.

 

대충 보호의 의미인 것은 알겠으나, 취재본능이 발휘됐다. 상수시공원을 관리하는 재단에 문의했다. 저 나무 상자들은 대체 뭐냐고.

이틀이 지났을까. A4용지 한장 분량의 '공문' 파일이 왔다. 인터넷으로 대충 끄적여 보낸 메일에, 우리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공식적인 타이틀을 단 PDF 서류를 받은 것이다.

 

-매년 혹독한 겨울 날씨로부터 조각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 대리석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시켜주고 빗물에 마모되는 것도 막아준다. 기후의 영향으로 인한 훼손과 복구 과정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1930년부터 지속된 오랜 전통으로, 260여개의 석상들이 나무집으로 둘러싸여진다. 

-조각상을 4면으로 둘러싸고, 2개의 판떼기로 ㅅ모양의 지붕을 만들어 각각의 '집'이 만들어 진다. 이 집을 만드는 데 드는 나무판떼기는 모두 3000평방미터에 달한다.

-2014년 부활절이 오기 전에 이 나무집들은 모두 해체되고, 상수시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내년 봄에 다시 와서 즐기렴 ^.^

 

 

이런 문의를 하는 이들이 많았을거고, 아직까지 서류를 중시한다는 독일이라고 듣긴 들었다.

하지만 스치듯 물어본 내 질문에 이렇게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답해주는 것에 사소한 감동이 느껴졌다. 저 상수시 궁전, 공원 하나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포츠담일텐데,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매년 저런 전통을 이어가는 것, 민원인에게 상세하게 자신들의 문화재 보호의 취지와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겨울의 상수시 공원은 그래서, 보기엔 좀 못나도

그들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더 오래 이어나가기 위한 귀한 휴식 시간인 셈이다.  

 

 

 

포츠담 상수시 궁전, 

근심없는 모습으로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



* 최초 포스팅 201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