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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아등바등/독일 유학

독일유학 비용 (3) 독일 알바기


독일유학 비용 (3) 알바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쓰는 독일 유학 포스팅이다. 독일에 만 2년을 지내면서 거쳐온 나의 알바 커리어(?)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혼자 일하면서 공부 마칠 수 있을까? 독일 유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모든 것을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전공에 따라서, 사는 지역에 따라서 드는 돈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모든 것이 저렴한 라이프치히에서 살고 있고, 레슨비 재료비 같은 거 없이 종이와 펜과 머리만 필요한(?) 사회과학 분야를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공부를 하는 이들에 비해서는 "수월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클수도 있다.  


베를린에서 워홀 비자로 있을 동안, 라이프치히에서 학생 비자로 살면서 알바를 끊임없이 했다. 쌈짓돈이지만, 그때그때 통장 잔고가 비기도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버티고 있다. 워홀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일 미니잡 한도는 450유로다. 최대 450유로를 벌 수 있고, 이후 더 벌 경우에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1년을 기준으로 12로 나눴을 때 한 달에 450유로다. 즉, 몇달만 빡시게 일해서 몇 달간만 한 달 450유로 이상을 번 경우에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자세히 들어가면 복잡해서 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1. 베를린 한인식당 알바

근무기간: 2013년 겨울 약 5개월,

근무일: 일주일에 2~3번,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시급: 6유로


베를린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을 했다. 비등록 알바, 즉 슈바르쯔잡(Schwarz Job)이었다. 하는 일은 주로 설거지, 업무 종료 후 뒷정리 및 주방 보조. 주방일을 하는 베트남 아줌마를 이래 저래 돕는 것이다. 말도 좀 하고 팁도 좀 받기 위해서 홀에서 알바하는 게 더 좋은 붅들도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주방에 처박히는 게 더 편했다. 오로지 돈 벌기 위해 하는 알바, 그것 이외의 스트레스는 필요없었다. 사람 상대하고 웃고 어쩌구 저쩌구. 내 일만 하면 되는 주방이 더 좋았다. 베를린리포트를 떠도는 흉흉한 이야기와는 달리 이곳 사장님은 너무 친절하고, 부엌 아줌마도 내게 너무 잘해줘서 (내가 설거지를 빨리 잘 했다 ㅎ) 나름 즐겁게 일했다. 바쁜 날 일을 마치고 맥주 한 잔 하는 소소한 기쁨도 있었고. 시급은 6유로였고, 그날 그날 바로 돈을 받았다. 미친듯이 바쁜날은 몇 유로 더 챙겨주기도 했다. 한달 계산해보면 한 300유로 정도를 벌었다. 당시에는 최저 임금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인데 지금은 최저임금을 챙겨주시나 모르겠다. 특히 한인식당 알바는 주의해야 한다. 임금도 적은데다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악덕(!)업주를 만나 돈을 떼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언어 능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는 주방 보조 등의 일은 굳이 한인식당만 찾을 필요는 없다. 


2. 베를린 사무실 청소

근무기간: 비정기적, 3~4회

근무일: 주말 하루 4~5시간

시급: 12유로


3. 라이프치히 사무실 청소

근무기간: 2014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근무일: 주말 하루 4~5시간 원하는 시간에

시급: 8.5유로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사무실에서 청소 알바를 했다. 정기적으로 한 건 아니고 한 4~5번 했다. 대표님이 돈 쪼달리는 거 알고 챙겨주신 셈이다. 청소 알바는 내가 지금도 라이프치히에서 하고 있다. 학교 잡센터를 통해 구했는데 2층짜리 저택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시급 7유로를 받았는데, 최저임금이 시행되고 8.5유로를 받고 있다. 여기 청소일은 미니잡 형태가 아니라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는 거라 매월 업무 일지를 내고 돈을 받는 형식이다. 이런 형태의 노동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어봤다. 최저임금 시행됐는데 올려주나요? 하면서. 그래서 8.5유로를 받고 있다. 벌써 1년째 일하는 중이다. 주말 하루 아무떼나 시간을 내어 청소한다. 시간이 자유로워 포기할 수가 없는 꿀알바다.. 한달에 200유로 내외로 받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청소는 좀 그렇잖아? 아 그래도 청소 알바를 하기엔 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생각들,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 정도만 담담히 이겨내면 청소 알바는 널리고 널렸다. 일자리가 없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정도의 언어능력을 가지고 한국에서나 구할 수 있는 번듯한(?) 알바 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라이프치히에서 청소 알바를 구할 때 면접을 봤다. 나 이외에 독일 애들 몇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독일어가 모국어인 애들도 이런 알바를 하려고 줄을 선다. 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대접(?) 받던 갑질 대마왕 직업을 내려놓고 고시원 총무님으로 '전락'해버렸을 때 훈련이 됐다. 그리고 이곳 독일에서, 모든 노동은 신성하다. 암. 


4. 학교 식당 알바

근무기간: 2014년 겨울부터 1년간 (2학기 동안)

근무일: 첫학기 일주일 3번, 두번째 학기 일주일 2번 11:30~14:30

시급: 9.08 유로


독일 대학 첫학기의 설렘도 잠시, 어떻게 살지 하며 학교 잡센터를 뒤지다 멘자 알바 공고를 보고는 바로 달려갔다. 최저임금이 없을 때인데 시급 9유로라니! 어차피 어영부영 보내는 공강 시간, 시간도 딱이다, 하며 일을 시작했다. 멘자 부엌은 요리 공간, 식기 세척, 저장용기 세척으로 나눠져 있는데 나는 저장용기를 세척하는 부엌에서 일했다. 조오오오오오오올라 힘들었다. 휴. 식기 세척의 경우는 가만히 서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는 식기를 탁탁탁탁 세척기에 넣고, 깨끗해진 식기를 챙기기만 하면 된다. 저장용기는 뭣보다 크기가 크고, 세척기도 엄청 크다. 거기 넣고 빼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됐다. 하지만 난 몸쓰는 일은 자신있다(!) 다른 멘자에서 이 부엌은 보통 남자들이 일했다. 근데 나는 안 바꿔주더라 (ㅠㅜ) 한 학기 내내 이곳에서 일했고, 두번째 학기때는 식기세척으로 옮겨서 비교적 수월하게 일했다. 

식당에 일하는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동네 아주머니다. 독일어 좀 듣고 배우겠군 후훗 했지만, 사투리 덕분에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나만 못 알아듣나 했는데, 같이 일했던 독일애도 알아듣기 힘들다고 하더라. 말이 빠르고 사투리가 많다며. 그래서 독일어 배울 생각일랑 일찌감치 접고 열심히 일했다. 멘자 알바를 해서 한 달에 300유로 정도를 벌었다. 그런데 좀 힘들었다. 근무시간이 하루의 중간이다. 알바 전엔 어영부영 하다 시간 보내고, 알바 이후에 세미나에 앉아서는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힘이 들어서. 그래서 1년간 고생했다 하고 세번째 학기부터는 다른 것을 찾아보려고 했다. 멘자 알바생은 대부분 학생들이다. 학교 잡센터를 통해서 구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학생 등록증을 요구한다. 학생이 되면 생각보다 일자리가 꽤 있다. 


5. 포장 알바 

근무기간 2014년 겨울 어느날 

근무일: 3일간, 15시부터 22시까지

시급: 9유로


라이프치히는 과거 물류의 도시였.. 다고 한다. DHL은 물론 아마존 물류센터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특히 겨울방학동안 가난한 유학생들에게 귀한 알바자리를 제공한다. 나도 당연히 지원했고, 15 kg짜리 박스를 드는 인터뷰도 통과했지만 일하지 못했다. 아마존에서 무조건 공보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난 저렴한 사보험이다. 사보험 한 번 하면 공보험으로 갈 수 없다. 미련없이 아마존을 보내주었다. 흑..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닌데. 

흠흠, 라이프치히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단기 알바를 구하길래 지원했다. 대형 제약회사는 아닌 거 같고 병원을 상대로 몇 종류의 약을 개발, 생산, 배달까지 다 하는 곳이었다. 기계에서 또르르 내려오는 알약을 봉지에 담아, 압착기? 같은 것으로 밀봉하고 조그만 박스에 넣으면 끝. 이 일을 2교대로 7시간 8시간동안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꿀알바가... 나야 3일 일하면 되지만 매일 이런 일을 하는 직원들은 정말 너무 지루할 거 같다는 생각을 감히 했었다. 그리고 해외까지와서 공부하고 알바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스스로를 조금 위로하기도 했다.  


단기알바였지만 인상깊은 것은 철저하게 근무시간 휴식시간을 지킨다는 것이다. 깨끗한 가운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옷을 갈아입는 시간도 근무 시간에 따로 포함을 시킨다. 하루는 내가 좀 일찍 도착해 일을 하려고 하니 다들 나를 뜯어 말렸다. 


"너 할 필요 없어" "아직 시간 안 됐잖아" "지금 일한다고 해서 돈을 더 주지 않는다구" 하면서. 


쉬는 시간도 철저히 지켰다.

"쉬는 시간이야, 일 그만합시다", "휴게실로 가자", "프라우리! 그만하래두~" 


3일 일을 하면서 2장짜리 계약서를 썼다. 겨우 3일 일을 하면서도 계약서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었다. 심지어 휴가 관련 항목까지도 세세하게 나와있었다. 


대학교마다 알바 등 자리를 주선해주는 잡센터가 있다. 이곳을 통하면 서로서로 어느정도 일자리와 노동력의 질을 보장해준다. 한국에서는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었을 일들을 이곳에서는 하고 있고 해야한다. 한국에서는 글을 쓰는 노동을 하고, 동시에 이곳 독일에서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많은 것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모자란 언어능력, 외국인이자 이방인, 그것도 소위 '2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스스로의 모습들. 그리고 동시에 우리 나라에서 그렇게 살고 있을 사람들. 그 배타적인 문화 속에서 나처럼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 내가 서있는 곳을 벗어나야 그 곳이 더 잘 보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