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함을 잃은채로 2014년 끝자락을 보낸다.
이 나이에 감히 누리지 못할 게으름과 여유를 만끽했다.
적당한 하루에서 오는 무료함과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겨우 떼우다가 2014년 마지막 날이 왔다.
그 열망과 치열함이 과연 나였는지,
대학시절, 기자시절의 그 에너지가 과연 내 몸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지금 내 몸은 이렇게 무겁고 또 무겁다.
분연히 떨치고 온 이 곳, 독일에서의 공부.
지적욕구를 실현하기에 나는 너무나 게으르다는 걸 깨닫고 인정해버린 순간부터
내 하루는 너무나 허무하게 지나갔다.
다음 달 방값을 걱정하며, 아무 생각없이 몸만 쓰는 알바를 하면서
금수저, 하다못해 수저라도 물고 태어난 이들의 유학생활을 가소로이 여기고 비웃었지만,
사실은 이건 나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이다.
'역시 유학은 돈 있는 애들이나 하는 게 맞아'라는 결론을 빨리 내리고 싶은,
그래서 이곳에서의 내 유학생활이 좀 뒤틀리더라도, 의미가 없어지더라도
그건 나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는 걸 합리화하고 싶은 너저분한 욕심 때문이다.
독일에서 두 번째 연말을 맞고, 유학생활 두 달을 넘기는 지금,
20대 끝자락에 서서 나는 변명만을 찾아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참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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